설비투자, 자본재 수입비용 감소로 올해 0%수준 부진 벗어나나
내년 국내경제는 올해보다 회복되겠지만, 세계경제의 성장세 약화로 인해 소폭 개선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2012년 대내외 경제 전망과 기업의 대응 세미나’에서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내년 국내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하면서 “경기가 완만한 개선추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환율과 유가 하향 안정화가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팀장은 “환율과 유가 안정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2.2%와 비슷한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구매력이 개선되면서 민간소비 증가폭이 다소 커질 것”으로 보았다. 또 “설비투자 역시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자본재 수입비용 감소로 올해 0%수준의 부진에서 벗어나 5.3%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경제 성장의 위험요인에 대해서도 “유로존 위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상당기간은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이런 대외불안요인이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변수가 된다”고 밝혔다.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경기부진 이 위험요인”이라며 “특히 ,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위축 등으로 경기부진이 심화되고, 부동산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경기안정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의 확장적인 재정정책 운용과 함께 물가상승압력이 완화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도 경기안정화에 중점을 두고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팀장은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 발표하며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 3.1%보다 다소 높은 3.4%를 기록할 것”이라며 “금년 4/4분기를 저점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전반적으로 상저하고의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미국 재정절벽의 위험, 유럽 재정위기 악화, 중국의 수출 부진 등은 내년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 재정절벽이 현실화되거나 유럽 재정위기가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 두 가지 위험 요인 중 어느 한 경우라도 구체화되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3.0%로 낮아질 수 있어 이들 지역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역별로는 금년과 비교해 미국과 일본은 성장률이 다소 하락하는 반면 유럽과 BRICs 국가는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미국경제는 최근 부동산과 고용지표가 개선추세에 있으나 재정지출 감축에 따른 충격을 어느 정도 받을 것으로 예상되어 1% 후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일본경제는 지진피해 복구수요의 소멸로 1%대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유럽경제는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갈등이 여전하지만 재정지출 감축 필요가 금년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내년 성장률이 금년보다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BRICs 국가들은 중국의 인프라 투자촉진, 인도의 경제개혁조치, 브라질의 내수확대 조치 등 적극적인 정책대응으로 성장률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히며, “다만 유럽의 경우 금융시장 불안과 긴축으로 인한 내수침체가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오석태 SC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유럽 위기의 근본적 해법인 재정통합이 지연되는 한, 유럽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렵다”고 진단하며, “내년 유럽 성장률 전망치를 다소 비관적인 -0.2%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국의 경우에도 인플레이션 문제가 아직 근복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고 내년 말 금리 인상 등 긴축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일반적 전망보다 보수적인 7.8%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며 “미국의 경우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고 재정절벽 문제가 해소되면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올해보다 개선된 2.3%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상순 보스턴 컨설팅 그룹 파트너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하락하는 가운데 수출에 의존해온 한국경제 성장은 내수부진의 장기화 가능성과 수출 경기의 급락 가능성으로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에 있다”며 “1990년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근본원인이 고령화였던 점을 고려시, 20년의 갭을 두고 일본과 똑같은 인구 변화를 보이고 있는 한국이 2010년대부터 장기 침체의 늪에 바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상순 파트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보수주의 및 단기 지향주의 늪에 빠지기 쉽다”며 “기업들은 저성장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체질로 탈바꿈해야 하고 성장의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며, 조직내에 기업가 정신의 마인드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한국경제학회 차기회장)의 사회로 열린 이날 세니마에는 오석태 SC은행 상무, 박상순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1본부장 등 각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나서서 종합토론을 벌였으며 300여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해 내년도 대내외 경제 전망에 대한 재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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